나무의 정원

식물 일기4_우당탕탕 식물 첫 분갈이 식물 부모가 된다는 것

나무 슮 2023. 4. 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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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당탕탕 식물 분갈이하기

 

 

이번엔 처음으로 식물 분갈이를 해봤다. 3년 전 결혼하면서 함께 선물받은 식물들이 많이 자라기도 했고, 모종으로 대려온식물 친구들의 새집도 필요해서 마음 먹고 시도해본 첫 날. 4월에 가장 적기라고 했는데, 그럴만도 한게 정말 날씨, 습도, 온도 모든 게 좋은 날이라 그런 것 같다. 선인장도 죽이던 식물 킬러 나에게 결혼 후 마음 먹고 키우기 시작한 첫 화분들이라 더욱 애정이 가던 친구들. 이젠 정말 어엿한 식물 부모가 되어보기로 한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삽들

 

 

뭐든 장비빨이라고 했다. 저번에 나무를 심으면서 삽도 없이 맨손으로 심었더니 너무 고생해서 이번엔 맘먹고 다이소에 다녀왔다. 일단 필요해보이는건 다 구매. 작은 애들은 너무 귀여워서 구매했는데, 정말 너무나도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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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차야자

작년 입양한지 2년정도 되었을 때 겐차야자 모습

 

가장 먼저 손봐준 식물이는 우리집 첫 식물로 왔던 겐차야자. 원래는 잎이 2개만 있었는데, 새순이 날수록 더욱 큰 잎들이 돋아났다. 그게 너무 신기해서 그냥 냅뒀었는데, 어느 순간 잎도 타고 관리가 잘 안되는 느낌이라 잎도 다음어 주었지만, 3년째되니 이건 거의 숲 수준이 되어 이 좁은 화분에 자라는 식물이 너무 불쌍했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가지치기를 해주기로 한다. 

 

숲 수준으로 무성해진 겐차야자

 

 

너무 신기한건 이 와중에도 새순이 또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곧 화분을 다 뒤엎을 기세.... 심지어 얼마전 키우던 파뿌리 흙을 거름이 되라고 넣어줬는데 거기서 날파리가 꼬였다. 정말 멍청한 짓을 했다. (미안해ㅠㅠ) 다른 것을 키우던 흙과 섞으면 안되는데 그런 줄 모르고 겐차만 고생했다.

 

 

식물집 사장님에게 배운대로 구멍을 막고 자갈들로 구멍을 채운 다음 흙을 넣어준다!

 

 

정리된 겐차야자 잎들

 

열심히 흙을 파주고 큰 가지들을 싹둑 싹둑 잘라주었다. 어찌나 단단하게 잘 컸는지 아래쪽부터 자르는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다. 생살을 자르는 느낌이라 미안하기도 하고.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았겠지? 미안하지만 이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남편과 서로 다독이며 잎치기를 해준 뒤 새로운 흙을 덮어주었다. 새로운 흙의 영양분을 듬뿍 받고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홍콩야자

 

홍콩야자는 어머니가 키우시던 나무의 순을 떼서 키운다음 보내주셨다. 새끼를 낳는 나무라니 너무 신기하다. 처음 주셨을 땐 작은 키였는데, 어찌나 잘 자라는지 키가 쑥 쑥 컸다. 홍콩야자는 크기에 비해 화분이 너무 작아 보여서 화분을 조금 더 큰 걸로 바꿔 주었다. 

뿌리가 뽑힌 홍콩이...

 

화분 안에 뿌리가 엄청 자라 있었다. 끝 부분까지 아주 가득 들어 있어서 좀 놀랐다. 흙을 털어 내며 오래된 일부 뿌리가 떨어져 나왔다. 홍콩야자가 잘 자란 이유가 이거였구나. 뿌리를 엄청 내린다. 어머니도 원래 작은 홍콩야자였는데 지금은 완전 나무 그자체가 되었는데, 그만큼 생명력이 정말 대단한 식물인 것 같다. 

가지치기와 분갈이한 겐차야자, 홍콩야자

이게 분갈이를 다 했으니 좀 더 편해졌음 좋겠다. 조금 더 크면 나도 누군가에게 우리의 새끼를 선물해줘야지.

 

 

작은 식물들 분갈이

레몬밤과 작약

 

지난 식목일에 받아온 나무와 함께 레몬밤과 작약도 분갈이를 해주었다. 더 예쁜 화분과 영양분 가득한 흙으로.

 

 

다이소템으로 분갈이중

 

다이소의 작은 삽은 작은 화분을 분갈이 할 때 최고였다. 뿌리가 다치지 않게 흙을 긁어내기도 하고, 삽으로 흙을 넣기도 하고. 너무나도 유용했다!

 

 

 

 

레몬이와 작약이를 새롭게 예쁜 화분이 담아 흙을 덮어주었다. 처음 해보는 분갈이라 옮겨가는 과정에서 혹시 다칠까봐 정말 조심스레 천천히 진행했다.

 

 

우리 친구들도 새 집이 마음에 들어 보인다. ㅎㅎㅎ 확실히 화분이 달라지니 식물도 더 예뻐 보인다. 

 

씨앗 심기

 

 

이번에는 다이소에서 사온 작은 씨앗들을 심어보기로 한다. 예전에는 씨앗을 심어서 성공한 적이 단 한번도 없지만, 왠지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해보았다. 로즈마리와 상추들. 상추는 스티로폼을 사용해서 심었다. (이렇게 하는 걸 어디서 봤다.)

 

 

 

 

아래 구멍을 뚫고 흙을 넣고 흙에 충분한 물을 준 다음, 위에 씨앗을 올려 놓고 흙을 살짝 덮었다. 그 위에 물을 또 뿌리라고 되어 있었는데, 물뿌리개가 없어서(이렇게 또 준비물을 알았다) 나무에게 주다 남은 영양제를 뿌려 주었다. 영양제를 주었으니 더 건강히 잘 자라겠지?!

 

하는 김에 같이 물먹은 호야와 금전수

 

6시부터 시작한 분갈이는 7시반이 되서야 끝이 났다. 2시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온몸은 흙투성이 됐지만 생각보다 빨리 끝난 기분이었다. 꽤 중노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이게 식물이 주는 에너지인가 싶다. 사람에게 사람이 에너지를 얻듯, 우리도 식물을 다루며 식물에게 에너지를 얻었나보다.

 

아주 조금은 식물의 부모로서 자격을 얻지 않았을까. 아직 잘 모르는 것이 많고 우당탕탕 분갈이긴 했지만, 뿌듯했고, 즐거웠다. 그리고 이들에게 좋은 부모이고 싶어졌다. 식물은 애정이라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뿌듯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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