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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기록/언젠가 나무가 될 너에게 9

태풍을 대하는 "나무의 태도"

태풍은 매년 온다. 그러나 결국, 반드시 지나간다. 여름, 식물에게 성장에 필요한 햇빛과 비를 내려주는 날이기도 하지만, 무시무시한 태풍이 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태풍으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삶의 터를 잃기도 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는 슬픔을 남겼다. 태풍이 온다는 정보를 알고 준비를 해도 태풍의 피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사람도 이렇게 쉽지 않은데, 나무는 대비조차 할 수 없다. 나무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돌아오는 태풍을 견뎌내는 나무들을 보면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무도 태풍의 피해가 아예 없지는 않다. 뿌리째 뽑혀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굵고 넓은 가지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기도 한다...

비 온 뒤 짙어지는 초록의 "싱그러움"

식물이 그렇듯, 나무가 그렇듯, 비를 흠뻑 맞고난 후 나의 삶에도 성장의 시간이 오기를. 그리고 한껏 싱그러움을 뿜어내는 존재가 되기를. 비가 자주 내리는 철이다. 너무 심하게 내리지도 않고 분무기를 뿌리듯 토독토독 내리는 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며 뜨거운 태양과 적당한 바람, 살랑이는 봄비는 나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초록의 것들은 비가 내리면 색이 진해진다. 향도 짙어진다. 꼭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같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듯이. 한껏 본래의 색을 드러낸다. 그때의 나무들은 마치 이 때를 위해 태어난 단어처럼 "싱그럽다"는 단어가 참 잘어울린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늘 모든 여자친구가 그렇듯 나도 남자친구였던 남편에게 질문했었다. "나 처음 만났을 때 ..

가장 생명력 있는 5월의 짙은 "초록"

나의 초록이 더 짙게 칠해지는 순간 5월, 연둣빛의 수줍은 색을 뽐내던 새싹은 더 길어지는 햇빛만큼 더욱 짙은 초록이 된다. 완연한 봄의 기운이 조금씩 따사로워지는 햇살로 인해 밀려나고, 사랑스러운 연둣빛 잎은 더욱 탄력을 받아 마구 돋아난다. 바람에 햇살의 냄새가 짙어져 가는 요즘, 연둣빛은 점점 짙어지고 하루하루 색이 변해감을 보게 되었다. 연둣빛이 짙어져 뿜어 내는 생명력을 보면, 나까지 활기차지는 것 같다. 그 생명력이 나까지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가장 '살아있다'고 느낄 때가 언제쯤이었나 생각해 본다. 가장 좋아하는 무언가를 만나고, 행복함을 느꼈을 때이지 않을까. 처음 내가 꿈꾸던 일을 시작했을 때,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 힘을 해냈을 때, 성공의 기운을 느꼈을 때, 무언가 희망찬 것을 ..

내가 가장 사랑하는 봄의 연둣빛 잎, 그들에게서 배운 "강함"

가장 연약해 보이는 존재가 가장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봄이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나면 연둣빛 세상 태어난다. 사랑스러운 옐로 그린색이다. 그냥 초록색, 연두색보다 더 연하고 어린 노란빛 잎들. 그 잎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설렌다. 따스한 봄바람과 푸른빛을 보면, '생명력'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초록색 중에서도 가장 연한 색인 노란빛 초록을 보며 사실은 가장 강한 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동안 땅 속에서 견디며, 추위를 견디고 싹을 띄운 대견한 친구들. 가장 연한 초록잎은 끝끝내 겨울을 이겨내고 피워낸 강한 생명력을 뜻했다. 때론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날을 맞이할 때가 있다. 언제쯤 이 겨울이 끝날까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아프고 시리던 시절. 나에게는 ..

"평범"이라는 이름의 나무는 없다.

나무는 자신의 정체성을 흔들리지 않았다. 어릴 적 나의 꿈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평범하게 졸업해서 평범하게 가족을 만들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내가 어릴 적 평범에 집착했던 이유가 있었다. 엄마는 늘 나에게 "평범하게 좀 행동하면 안 되겠니? 너 커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는 말을 하셨었다. 나는 왜 평범하지 않을까? 난 정말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이 될까? 사실 엄마의 말도 맞았다. 키가 커 다리가 다 삐져 나올 때까지 애착이불을 덮고 잘 정도로 한 가지에 빠지면 유난히 집착하고, 지나가는 낙엽 한장에도 울 정도로 유난히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했다. 다른 사람을 배척한다고 보일 정도로 혼자 있는 걸 좋아했고, 그림을 그리더라도 밝은 그림보단 어두운 그림을 그렸다. 지금도 기억..

벚나무 아래서 울던 아이 "나도 사랑 받고 싶어요"

꽃이 피는 순간에도, 평범하게 보이는 순간에도, 열매를 맺는 순간에도,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모든 시간 벚나무가 벚나무이듯. 3월 말. 주변엔 온통 벚꽃 이야기뿐이다. 벚꽃 하면 우리 가족이 늘 동시에 떠올리는 기억이 있다. 내가 7살쯤 됐을 때의 이야기이다. 가족들이 다 같이 여의도 벚꽃 축제를 갔었는데, 그 많은 인파 속에서 4살이 된 동생 두 명과 나, 엄마, 아빠, 할머니까지 무려 6명의 대가족이 다 같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챙길 사람이 많았던 부모님은 정말로 정신이 없었다. 그 당시 나에겐 나쁜 버릇이 있었는데, 가족과 같이 다니면 꼭 숨는다는 거였다. 내가 없어지면 알아차리기나 할까? 우리 가족은 내가 없어도 행복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아빠와 잡고 가던 손을 슬쩍 빼고 뒤로 빠졌..

눈이 내리는 순간에도 꽃이 피어난 "산수유나무"처럼

여전히 추운 겨울바람이 불던 날, 산수유 꽃을 만났다. 기다렸던 봄이다. 대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3학년을 마치고 4학년이 되기 전 많은 고민이 있었다. 3학년에 되어도 여전히 내가 뭘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고, 미래가 불투명함에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바로 졸업을 하고 취준생이 돼서도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졸업해 버리면 안 될 것 같은 막연함에 휴학을 결정했다. 그러나 휴학을 해도 막상 뭘 하면 좋을지 몰라서 일단 영어학원 끊었다. 나름 미라클 모닝을 하겠다고 아침 8시 시간대로 신청하고, 집에서 영어학원까지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운동삼아 걸어 다녔다. 2월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매일 걸어 다니기에는 추운 날씨였다. 겨울, 아침, 모두..

나무에게서 배운 "마음 강해지는 법"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헤매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오래 되었어도 강한 것은 시들지 않고 깊은 뿌리에는 서리가 닿지 못한다. -J.R.R Tolkien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마음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아이였다. 잘 울고, 잘 상처받고, 밤에는 무서워서 잠도 못 자는 아이. 나의 멘탈이 약할 걸 아셨던 아빠는, 정신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밤에 혼자 산 입구를 가게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뒤에 아빠가 몰래 따라오고 계셨지만, 당시엔 깜깜한 밤이 너무 무섭고,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몰라서 계속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나에게 놀이동산에서 자이로드롭을 2번이고 3번이고 태우셨다. 이제 안 무서운 척 연기를 해야만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

나무의 휴일을 시작하며.

오두막의 꿈 어느날 오두막은 꿈을 꾸었다.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과 달, 그리고 하늘을 머금는 꿈을. 안녕하세요. 나무입니다:) 이 공간은 저의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휴일같은 생각을 담을 곳입니다. 잘 흔들리는 저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되고 싶어서 저의 이름을 나무로 짓고 스스로를 나무로 부르고 있어요. 언젠가 정말 나무처럼 될 저를 꿈꾸면서요:) 그리고 나무가 되어가는 나무의 성장일기처럼 일상에서 깨달은 것들, 깨달아갈 것들에 대해 저의 그림과 글로 담아 표현해보려고 합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이 곳을 만나는 여러분에게도 휴일같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무 인스타 나무여행 https://www.instagram.com/tree_dayoff/ 나무 유튜브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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