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는 순간에도, 평범하게 보이는 순간에도, 열매를 맺는 순간에도,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모든 시간 벚나무가 벚나무이듯. 3월 말. 주변엔 온통 벚꽃 이야기뿐이다. 벚꽃 하면 우리 가족이 늘 동시에 떠올리는 기억이 있다. 내가 7살쯤 됐을 때의 이야기이다. 가족들이 다 같이 여의도 벚꽃 축제를 갔었는데, 그 많은 인파 속에서 4살이 된 동생 두 명과 나, 엄마, 아빠, 할머니까지 무려 6명의 대가족이 다 같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챙길 사람이 많았던 부모님은 정말로 정신이 없었다. 그 당시 나에겐 나쁜 버릇이 있었는데, 가족과 같이 다니면 꼭 숨는다는 거였다. 내가 없어지면 알아차리기나 할까? 우리 가족은 내가 없어도 행복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아빠와 잡고 가던 손을 슬쩍 빼고 뒤로 빠졌..